기업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무엇을 보고 그 회사를 믿을까?
멋진 회사소개서, 기술력, 가격도 중요하다. 하지만 큰 계약을 맡겨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회사는 이전 고객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가?”
이 질문이 중요해진다.
미국 연방정부 조달에서도 마찬가지다. GSA Multiple Award Schedule(MAS) 계약을 취득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GSA는 계약 이후에도 공급자에게 계약 요건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공급자는 자신의 과거실적 평가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GSA Multiple Award Schedule
여기에는 중소기업이 배울 만한 중요한 경영 원리가 숨어 있다.
가장 싸게 제안하면 정부가 선택할까?
정부조달이라고 하면 흔히 ‘최저가 경쟁’을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 연방조달의 원칙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 연방조달규정(FAR)은 공급자를 선정할 때 정부에 가장 유리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안, 즉 Best Value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사업의 특성과 위험에 따라 가격뿐 아니라 기술과 과거실적 등의 중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 FAR 15.101 Best Value Continuum
물론 최저가격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LPTA 방식도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계약이 무조건 최저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꽤 중요하다.
10만 달러를 제안한 기업과 9만 달러를 제안한 기업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히 가격표만 보면 9만 달러 기업이 유리하다. 하지만 납품이 반복해서 늦어지고 품질문제로 재작업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훨씬 커질 수 있다.
가격은 계약 전에 보이지만, 진짜 비용은 계약을 수행하면서 드러난다.
납기를 지킨 기록도 기업의 자산이다
여기서 Past Performance, 즉 과거실적이 등장한다.
FAR에서 설명하는 과거실적 정보에는 단순히 “계약을 해봤다”는 사실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요구사항과 품질기준을 제대로 충족했는지, 비용을 적절히 관리했는지, 일정을 준수했는지와 같은 실제 계약수행 기록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정보는 향후 공급자 선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 FAR 42.15 Contractor Performance Information
결국 한 번의 계약이 다음 계약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납기를 맞추고, 약속한 품질을 제공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했던 기록이 다음 거래에서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
작은 기업이라면 오히려 더 주목할 부분이다
회사의 규모가 작다는 것이 반드시 미국 정부시장 진입의 결정적인 약점은 아니다.
실제로 GSA는 미국 중소기업의 연방조달 참여를 정책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FY2024 SBA Small Business Procurement Scorecard에서도 A+ 평가를 받았다. GSA Small Business Procurement Scorecard
따라서 작은 기업에 더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우리 회사가 얼마나 큰가?”가 아니다.
작은 계약 하나를 맡았을 때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하는가?
첫 번째 계약은 작은 매출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납기, 품질, 대응, 계약이행의 기록은 다음 기회를 만드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첫 계약에서 눈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수주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당장의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는다
개인적으로 신뢰는 모든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관계의 핵심부분으로 GSA 정부조달 및 일반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회사소개서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 영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거래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약속한 날짜에 납품했는가.
약속한 품질을 지켰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았는가.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했는가.
이런 작은 행동들이 결국 기업의 평판을 만든다.
미국 정부조달의 Past Performance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흔히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신뢰’를 실제 계약에서는 수행의 기록으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마무리
작은 기업에게 첫 계약은 단순히 매출 한 건이 아니다.
제대로 수행한 하나의 계약은 다음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실적이 되고, 반복된 실적은 기업의 평판이 되며, 좋은 평판은 다시 새로운 거래의 가능성을 높인다.
그래서 오래가는 기업은 단순히 싸게 파는 기업도, 말을 잘하는 기업도 아니다.
약속한 가치를 반복해서 제공하고, 그 신뢰를 기록으로 축적하는 기업이다.
결국 신뢰와 가치는 기업이 내세우는 슬로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거래를 이어가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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